KT처럼 외부 매체에게 인색한(?) 통신사가 또 있을까요?
인터넷 본연의 품질은 KT가 국내 최고임이 분명하나, IPTV 분야만큼은 척화비를 세운 흥선대원군과 다름없었습니다. KT에서 제공하는 셋톱박스는 유튜브·넷플릭스·왓챠 등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매체들을 받아들이지 못해왔고, 이 점이 KT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.
KT의 현행 3종 셋톱박스, 그 유명한 넷플릭스조차 20년 8월 이후 부랴부랴 지원을 시작했습니다
그랬던 KT가 바뀌었습니다!
KT의 굳게 잠긴 문도, 전 세계 수억 명 가입자를 등에 업은 OTT 매체들의 초강력 쓰나미 앞에 버틸 수 없었나 봅니다. 이번 11월! 신흥 세력인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대한민국 상륙에 발맞추어, 100% 안드로이드 기반 KT 셋톱박스가 출시했습니다.
바로 이 친구가 따끈따끈하게 출시한 기가지니A 셋톱박스입니다
기가지니A는 "보급형 기가지니" 포지션을 상정하고 설계되었지만, 사실 보급형이라 보기 어려운 스펙입니다. 전작인 기가지니3가 터무니 없는 수준의 스펙이었을 뿐.. 경쟁사와 비교해도 차고 넘치는 수준입니다.
생긴 건 밍숭맹숭 해보여도, 대단한 걸 숨기고 있답니다
어차피 일정 이상의 연산능력 향상은 실제 체감 속도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. 홈 메뉴 인터페이스(UI) 성능을 좌우하는 건,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. LG유플러스에서 2019년 출시한 UHD3기종이 여전히 현역(?)에서 쌩쌩하게 돌아가는 이유가 달리 있겠습니까~?
요약하자면 : 스펙 뻥튀기보다는 KT 자사 어플리케이션 최적화가 더 시급한 문제입니다.
셋톱박스 임대료는 통신사를 막론하고 월 4,400원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자 표준이었습니다.
그런데 기가지니A는 3,300원으로 요금 다이어트를 감행했습니다!! KT 정책담당자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... 있던 걸까요?
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있을까요?
무늬만(?) 안드로이드였던 AOSP 기반 전작들과 달리, 기가지니A는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tv 11세대 OS를 탑재했습니다. 덕분에 스마트TV용으로 인증된 앱이면, Google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검색 / 설치가 가능합니다.
리모콘의 지니 APPS 버튼을 클릭하시면, Google 플레이스토어 및 다양한 앱 목록을 보실 수 있어요
셋톱이야? 모뎀이야?
설치하시러 온 KT기사님도 순간 "모뎀을 잘못 갖고 왔나?" 하고 헷갈렸다는 그 디자인! 정말이지, 특색이 없습니다. 반대로 말하면 어느 인테리어나 잘 어울린다는 뜻이겠지요? (긍정회로 풀가동)
외관만 보면.. 보급형 그 자체입니다. 샌딩 처리된 ABS 수지 + 실크 인쇄된 로고 + 성의없는 전원 버튼. 하지만 겉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겠죠..?
원가절감의 광기에 빠진 KT의 모습.jpg
후면은 과감한 씨스루 룩입니다. 큼직큼직한 발열구 덕분에 메인보드가 훤~히 보입니다.
넷플릭스 4K HDR 영상을 3시간 이상 재생한 후,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. 36℃ 전후의 발열이 발생하는 지점은 암로직의 S905X4가 위치해있습니다. 꽤나 안정적인 발열상태를 유지하네요.
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UHD4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법 작습니다. 펩시제로 250ml 캔과 비교해봤습니다.
역대 기가지니 시리즈와 함께 (좌측부터 1→ A→ 2→ 3). 시선강탈을 유발하는 기가지니1의 자태는 여전히 적응이 안되네요;;;
측면에는 USB-A 포트와 MIC 활성화 버튼이 있습니다. 이 USB 포트를 이용해 외부 저장소 연결이 가능하긴 하나, 파일 탐색기 앱이 네이티브로 제공되지 않아 별도의 앱을 설치하셔야 합니다. 제 경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유명한 Nplayer 앱을 설치한 후, Webdav 및 외장하드를 통해 야무지게 콘텐츠를 감상 중입니다!
참고로 기가지니A는 내부 저장소의 data 폴더 접근권한이 없는지라, 별도 플러그인 설치가 필요한 앱들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.
없을 거 빼고 다 있는 후면단자들. 광출력 단자를 지원하니 후하게 +3점 드립니다.
구성품은 6종입니다. 셋톱박스 본체, 어댑터, 리모컨, HDMI 케이블, otv 가이드 북, 사용설명서.
KT 현행 3종 리모컨. 좌측부터 UHD4 → 기가지니3 → 기가지니A 순입니다. 사진으로는 느낌 전달이 잘 되지 않습니다만.. 역대급으로 귀엽게 잘 만들었습니다.
아이콘 모양을 그대로 살린 버튼은 제법 위트 있습니다.
네, 사실은 배불뚝이입니다. 저 뱃속에는 AA배터리 2개가 들어갑니다.
하단에는 주요 서비스의 바로가기(핫키)가 포진해있습니다. 쓸모없는 [쇼핑], [뮤직] 버튼 대신에 디즈니플러스나 넣어주지....
11월 12일, 드디어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! 디즈니 오리지널 컨텐츠 뿐만 아니라 마블·픽사·스타워즈·내셔널 지오그래픽과 같은 굴지의 제작사 컨텐츠들을 두루 시청할 수 있기에, 많은 어린이와(?) 매니아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지요. AOSP기반 운영체제를 고집하던 KT가 → 찐또배기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였으니, 이제 KT에서도 자유롭게 디즈니플러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!
그... 그런데 말입니다... 기가지니A에서 디즈니플러스 앱 이용시, 일부 사용자에 한해 음성(소리)가 정상 출력되지 않습니다. 🙄
디즈니는 그래도 됩니다. 억울하면 캘리포니아로 오십시오. 그리고 매직한 하루 되세요 🌷
이 때에는 [홈] → [마이메뉴] → [설정] → [시스템 설정] → [사운드] 메뉴에 진입하신 후 2채널(Stereo AAC)을 5.1채널(Dolby AC3)로 변경하시겠어요?
하지만 TV수상기 기종에 따라 위 설정 방법(5.1채널)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(😡쒸익..) 관련 오류는 KT본사에서도 인지하고 있고, 빠른 시일 내에 개선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. 그때까지는 스마트폰 → 캐스트 전송을 이용해서 시청하는 수밖에요...
#21. 11. 16. 내용 추가 : 셋톱박스 펌웨어가 1.0.0390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, 해당 문제가 100% 해결되었습니다.
드디어 KT에서도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→ TV로 전송하여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! 이 캐스트 기능을 활용하면 단순히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하는 것 뿐 아니라, 스마트폰으로 실행한 넷플릭스, 디즈니플러스 등의 OTT 서비스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.
하지만 제약이 있습니다.
캐스트 전송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, 그리고 셋톱박스가 같은 네트워크에 귀속(사설IP를 취득)되어야 하는데.. KT의 VOD 및 일체의 D&P서비스는 공인IP를 취득해야만 정상 작동되기 때문입니다!! 즉, KT는 정상적인 셋톱박스 이용을 위해 공인IP를 취득해야 하고, 이 공인IP 환경에서는 스마트폰과 같은 네트워크로 엮일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ㄷㄷ
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KT 임대 공유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. 사설 공유기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습니다 ㅠ
3W의 미약한 스피커이기는 하나... 어쨌든 얘도 기가지니랍니다? 셋톱박스 본체와 리모컨에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기에 음성으로 셋톱박스를 제어할 수 있어요. 단순 채널 변경은 물론, VOD 검색이나 넷플릭스 실행과 같은 다양한 명령어도 실행할 수 있습니다. "지니야 KBS 틀어줘~" 라고 다정하게(?) 말씀하신다면 지니가 원하는 방향으로 뚝딱! 도와드리는 모습을 목격하실 겁니다.^^
아직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가지 오류가 산재합니다. 사소한 오류들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차 개선되리라 믿습니다만, 예상치 못한 반응 / 멈춤 / 버벅임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콜드부팅(완전 재부팅)을 시도해주시겠어요? (리모컨의 셋톱박스 전원 버튼을 5초 이상 누르시면 콜드부팅이 가능합니다)
시스템이 엉망일 때 최선의 해결방법 : 바로 재부팅입니다
제 점수는요~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.
만약 당신이 신규가입자라면 무조건 기가지니A를 강추합니다! 3,300원의 저렴한 임대료와 안드로이드tv... 도대체 무얼 망설이시나요? ^^ 다른 셋톱박스를 선택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.
만약 당신이 기존가입자라면 상황에 따라 2가지 길이 있습니다.
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!
#수정 이력